[인터뷰] 양승걸, 어머니 곁에서 멈춘 시간… 다시 무대를 향해 걷는다“멈춘 것이 아니라 삶을 돌아본 시간… 이제 더 깊어진 연기로 관객을 만나겠습니다”
교수 시절 경험 살려 ‘시니어 연극아카데미’ 준비… “연극으로 인생의 두 번째 무대를 열어주고 싶다”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로 활동해 온 양승걸에게 지난 공백기는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어머니의 병환 앞에서 그는 주저 없이 무대를 내려왔다. 배우보다 아들이 먼저였다. 작품과 일정을 뒤로하고 어머니 곁을 지키면서 그는 삶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다시 바라봤다.
그리고 이제, 그가 다시 무대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단순한 ‘복귀’가 아니다. 이전보다 더 깊어진 배우로 돌아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이다. 여기에 교수로서 쌓아온 경험을 시니어 세대와 나누기 위한 ‘시니어 연극아카데미’라는 또 하나의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어머니의 병환 앞에서 배우가 아니라 아들이어야 했습니다”
양승걸은 활동을 멈추게 된 이유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어머니의 병환이 있어 일정과 활동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대가 그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순간만큼은 배우보다 한 사람의 아들로서 어머니 곁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병환을 겪으시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 시간 동안 주변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기다려주시고 따뜻하게 응원해 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됐습니다.”
“저에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복귀’보다 ‘준비’입니다”
이제 양승걸은 다시 작품과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활동 재개를 단순히 ‘복귀’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에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복귀라기보다 준비입니다.”
잠시 멈춰 있었기에 오히려 자신이 왜 연기를 하는지, 어떤 배우로 관객 앞에 서야 하는지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하는 만큼 작품을 더 책임감 있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관객을 만나는 태도 역시 이전보다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연기는 대사를 외우고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만이 아니다. 한 인물의 삶을 이해하고, 자신을 비우고, 관객과 호흡하는 치열한 과정이다.
그래서 공백기는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었다.
멈춤은 그에게 또 다른 연기의 공부였고, 삶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을 다시 바라본 시간이었다.
양승걸의 새로운 출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시니어 연극아카데미’다.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지도했던 경험과 오랜 배우·연출가로서의 현장 노하우를 이제 시니어 세대와 나누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주변에서 “연극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시니어들을 자주 만났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 하면 어디서 배워야 할지, 자신이 이 나이에 할 수 있을지 몰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양승걸은 그런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연극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없습니다.”
시니어 연극아카데미 역시 단순히 몇 차례 연극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도록 구상하고 있다. 발성이나 대사, 움직임을 배우는 것을 넘어 실제 무대를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과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이다.
“연극은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경험입니다”
양승걸이 시니어들에게 연극을 권하는 이유는 단순히 배우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연극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아닙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호흡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경험입니다.”
특히 은퇴 이후 새로운 역할을 찾는 시니어들에게 무대는 또 하나의 세상이 될 수 있다.
평생 가족과 직장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누군가와 눈을 맞추며 대사를 주고받고, 관객의 박수를 받는 순간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극을 통해 ‘나도 아직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신감이 무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관계와 삶의 태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만들고 싶은 것은 결국 연기학원 하나가 아니다.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는 ‘두 번째 무대’다.
“늦은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가장 좋은 순간입니다”
인터뷰 말미, 양승걸은 자신을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늦었다고 생각하기보다 다시 준비하고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무대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는 긴 공백을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담담함이 묻어났다.
한동안 어머니의 병환으로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던 배우. 그러나 그는 그 시간을 실패나 단절로 기억하지 않는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고 배우로서 자신을 돌아본, 또 하나의 배움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양승걸은 다시 무대의 조명을 향해 걸어간다.
인생에는 막이 내려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막이 내렸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다시 조명이 켜지고 새로운 막이 오르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천에서 준비되고 있는 양승걸의 새로운 도전도 그렇다.
어머니 곁을 지키기 위해 잠시 멈췄던 배우의 발걸음이 다시 무대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이제 자신만의 복귀를 넘어, 시니어들에게 “당신의 인생에도 아직 오르지 않은 무대가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양승걸의 인생 2막, 그리고 그와 함께 시작될 시니어들의 새로운 무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경기시니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인터뷰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