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칼럼] 당나라 군대(軍隊)가 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
경기시니어신문 | 입력 : 2026/08/30 [11:05]
주지하듯 군대는 전쟁을 위한 조직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전쟁을 막기 위한 조직이기도 합니다. 강한 군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대는 함부로 도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군대의 힘은 병력의 숫자나 무기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명령이 정확하게 전달되고 구성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 비로소 군대는 하나의 힘을 갖습니다. 즉 군대를 군대답게 만드는 것은 지휘체계와 훈련, 규율입니다.
손무가 오왕 합려(闔閭) 앞에서 궁녀들을 군사로 훈련시킨 일화가 있습니다. 처음엔 궁녀들이 명령을 듣고도 웃으며 거부했지만, 손무가 지휘관의 책임을 죽임으로 묻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궁녀들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움직였습니다. 여기서의 교훈은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도 명령과 규율이 작동하지 않으면 군대가 아니며, 반대로 훈련과 규율이 확립된 조직은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조직의 진짜 위기는 전쟁이 한창일 때보다 오히려 전쟁이 끝난 뒤 찾아옵니다. 공동의 적과 분명한 목표가 있을 땐 모두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목표가 사라지면 긴장이 풀리고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구성원들이 제각각 행동하는 조직을 이른바 ‘당나라 군대’라 비꼽니다. 즉 통솔과 규율이 없는 군대는 규모가 아무리 커도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군대는 항상 이름에 걸맞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전쟁이 없다고 훈련을 등한시하거나 위기가 없다고 규율을 느슨하게 하면 정작 필요한 순간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운영함에 있어선 늘 상벌(賞罰)이 명확하고 훈련이 일상화될 때 조직은 긴장과 질서를 유지합니다. 즉 강한 군대는 위기가 닥쳤을 때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아무 일도 없을 때 강한 조직으로 존재해야 참다운 군대입니다.
김해영(철학박사‧문화정보학박사 : 수원미래발전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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