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니어신문

[기고] 지방소멸과 초고령사회, 지역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경기시니어신문 | 기사입력 2026/08/31 [08:31]

[기고] 지방소멸과 초고령사회, 지역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경기시니어신문 | 입력 : 2026/08/31 [08:31]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연구위원 이경하(행정학 박사)    

 

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이제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역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사람이 줄면 학교와 상점이 하나둘 문을 닫고, 대중교통 노선도 줄어든다. 병원에 가기가 어려워지고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청년은 일자리와 교육을 찾아 지역을 떠나고, 남은 자리는 고령인구가 채운다. 생활 여건이 나빠지면 인구는 또다시 빠져나가고, 이런 악순환 속에서 지역은 서서히 활력을 잃어간다. 지방소멸과 초고령사회가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소멸을 막는 길은 출산율을 높이거나 외부 인구를 유입시키는 데서 끝날 수 없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그 자리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병원에 갈 수 있고,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지낼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지방에서는 이 당연함이 점점 지켜지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노인을 바라보는 정책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고령인구를 복지의 수혜자로만 규정하면 초고령사회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어르신들은 오랜 경험과 전문성,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소중한 자산이다. 일자리와 사회참여의 기회를 넓혀 지역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노년의 삶의 질은 물론 지역의 활력도 함께 높일 수 있다.

 

의료와 돌봄 역시 지역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시설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주민이 살던 곳에서 얼마나 오래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느냐다. 의료·복지·돌봄·주거·교통서비스가 각자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이 모두가 결국 한 사람의 일상을 이루는 요소인 만큼, 주민의 생활을 중심으로 촘촘히 연결돼야 한다.

 

필자가 정책연구위원으로 몸담고 있는 제주의 상황을 보면 이 과제가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의료와 교통서비스 접근성에 차이가 있고,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일상의 작은 불편이 삶의 큰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 역시 도시와 농촌, 신도시와 원도심의 인구구조와 생활환경이 서로 다르다. 같은 도(道) 안에서도 필요한 정책이 결코 같을 수 없는 이유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의 변화를 지켜보는 기관이다. 예산을 심의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전통적인 역할에 더해, 달라진 인구구조에 맞춰 행정의 우선순위가 제대로 설정돼 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정책이 실제로 주민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의료와 돌봄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와 주거가 마련돼 있는지 지방의회가 꾸준히 살펴야 한다. 지방의회가 행정의 뒤를 따라가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정책기관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지방소멸을 이야기할 때 흔히 청년 유출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청년정책과 노인정책을 따로 떼어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는 일자리와 주거가 필요하고, 어르신에게는 건강과 돌봄,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세대가 서로 단절된 채 살아가는 지역보다, 서로의 필요를 연결할 수 있는 지역이 더 오래 지속된다.

 

지방소멸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재난이 아니다. 청년 한 사람이 떠나고, 학교 하나가 문을 닫고, 버스 노선 하나가 사라지는 변화가 쌓이고 쌓여 지역의 생활 기반을 무너뜨리는 긴 과정이다. 그렇기에 해법도 거창한 사업 하나에서 찾을 수 없다. 주민의 일상에서 출발해 작은 불편을 하나씩 줄여가고, 필요한 서비스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정책이 꾸준히 쌓여야 한다.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인구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만이 아니다. '지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초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고령화의 속도를 걱정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변화한 인구구조에 맞춰 지역의 정책과 행정의 틀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 사람이 많아서 살기 좋은 지역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살고 싶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지역. 지방소멸의 시대, 지역이 살아남는 길은 결국 사람의 삶을 제대로 돌보는 데서 시작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책연구위원 이경하(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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